Arching과 그 기록
이 내용은 개인적인 제작 과정을 기준으로 쓰여진 내용입니다. 제작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난 글에 이어 제작 노트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려고 한다. 특히 악기의 아칭(앞판과 뒷판의 볼록한 형태)에 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한다.
악기 제작 과정의 대부분은 단순한 수치(무게나 길이 등)로 기록을 할 수 있지만 악기의 앞판과 뒷판의 곡면(arch)은 수치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것을 조금 더 쉽게 기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다루는 방식은 시카고 바이올린 제작학교(Chicago school of Violin Making)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며 정확하게는 바이올린 제작가 이주호 선생님에게 배운 방식이다.
위의 그림은 악기 앞판의 단면을 그린 것이다. 검정선은 악기 앞판의 외부 곡면과 내부 곡면 그리고 테두리를 그린 것이고 가로로 그어진 빨간선은 앞판의 가장 높은 부분에서 악기의 두께만큼 내려서 그은 선 그리고 파란선은 악기의 테두리(edge)의 두께를 표시한 선이다. 그리고 여기서 다루려고 하는 세로로 그은 빨간선과 파란선이 왼쪽과 오른 쪽에 각각 1개씩 있다. 왼쪽과 오른쪽 모두 같은 내용이기 때문에 왼쪽을 확대해서 설명하려고 한다. 가늘게 가로로 여러개 그어진 검은 선은 나무결을 표시한 것이다.
왼쪽 부분을 확대한 그림
위 그림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단 두점이다. 하나는 빨간 점선과 빨간선이 만나는 점, 다른 하나는 파란 점선과 파란선이 만나는 점이다. 이 두 점은 나무결이 끊어지는 곳을 표현한 것이다. 파란 점선과 파란선이 만나는 점은 악기의 바깥쪽 테두리부터 안쪽으로 가장 긴 나무결을 가지고 있는 점이고 빨간 점선과 빨간선이 만나는 곳은 악기에서 가장 긴 나무결(왼쪽 빨간선부터 오른쪽 빨간선까지)이 끝나는 점을 표시한 것이다.
이렇게 나무결이 끊어지는 곳이라 Break point라고 부른다. 빨간 선은 바깥쪽에서 끊어지고 파란선은 안쪽에서 끊어지기 때문에 outside break point, inside break point라고 부른다.
학교에서 처음 악기 제작을 배울 때는 이 두점의 위치를 정해주고 그에 맞춰 작업을 하도록 한다. 그 이유는 악기를 제작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악기의 아칭(arching)에 대한 이해도 없고 어떤 형태로 만들지 모르기 때문에 실수를 막기 위해 일정한 치수를 주고 거기에 따라 작업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이렇게 수치를 주고 작업을 하면 거의 일정한 형태의 앞판과 뒷판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러나 원래 break point는 이것과는 전혀 반대로 완성된 아칭(arching)의 특징을 기록하기 위한 방법이다. 즉 자유롭게 만들고 그것을 보기 쉽게 수치화 시키는 방법인 것이다.
이런 break point는 위에서 이야기 한 것 같이 나무결에 대한 것을 수치로 표현했기 때문에 실제 악기의 소리에도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가장 긴 나무결을 가진 악기의 중앙 부분은 울림판이고 빨간선과 파란 선 사이의 결이 짧은 부분은 울림판의 진동을 원활하게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렇게 Break point는 단순하게 악기의 형태를 수치로 표현하기 위한 것 뿐만 아니라 구조와 진동에 대한 개념까지 포괄적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모은 자료를 통해 악기를 만들 때 적용시켜 같은 길이 또는 비슷한 형태의 울림판을 만든다거나 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또 다른 악기에 대한 자료를 쌓아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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